[영화] 나랏말싸미 취미와 생활

책이든 전시회든 공연이든
보기 전에
먼저 본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내 관람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의 시각으로 작품을 보고 싶고, 그 순간 어떤 이의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싶다.
나중에 다른 이들의 '색다른, 창의적인' 후기를 접하면서 받게되는 신선한 충격은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그런데 영화는(나는 CGV가 집에서 가장 가까워서, 주로 그 앱을 사용하는데)
예매를 하려고 하면, 꼭 그 영화에 달린 여런 댓글들이 본의아니게 줄줄이 보인다. ㅜ

이 영화. <나랏말싸미>는
엄청나게 "역사를 왜곡한" 괘씸한 영화라는 댓글들이 많았고,
자연스레, 큰 기대없이 영화관에 앉게 되었다. (랭킹에 비해? 영화관 관람객 수도 적었다)

그런데 왠걸...
대단했다!!!!
모든 상황들이 개연성 넘쳤고,
인물들은 나를 과거로 거침없이 시간 여행을 시켰으며
(호평의 대부분은 세종대왕(송강호)와 신미(박해일), 소현왕후(전미선)의 연기력이다.)
한글 창제 과정과 관련한 재밌는 상상들을 꽤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글창제 과정에 있었을 많은 반대와 충돌, 갈등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이 모든 프로젝트를 완결해 낸
초인적 의지의 리더 세종대왕을 다시금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역사에 기록된 한글창제의 주역들인 '집현전 유학자들' 뿐만 아니라
사실 기록되지 못했던 숱한 전문가들도 있을 수 있다는...(중인, 천민, 승려 등) 역사적 상상을
기쁘게 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한글이 어떤 한 세력에 의한 '발명적 창제'가 아니라
여러 계층의 숨은 헌신들이 반영된 우리 민족의 찬란한 통합의 역사였다고 믿고 싶어진다.

조선 초 유교를 정치원리로 하는 국가였지만, 여전히 백성의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불교에 귀의해 있었음은 맞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중용해 일에 몰두하던 세종의 성격을 볼 때
집현전 학자들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신분의 전문가 집단들(승려도 포함)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최만리 등 많은 유학자들이 '문자를 통한 권력의 독점'을 위해 새로운 언어의 창제를 극렬하게 반대했을 터,
다른 전문가들의 참여가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것이 왜
'세종의 업적을 깎아내린다', '중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이런!!' 하는 반응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박해일의 강한 카리스마가 낸 역효과일수도 ㅎㅎㅎ

소현왕후의 역할 또한 개연성 있는 상상이다.
'언문'은 오랫동안 아녀자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어 오지 않았는가.
고인이 된 전미선 배우의 마지막 연기가 겨울 바람에 헛헛하게 사그라드는 죽음 연기였다는게 마음 찡~ 했다.





2017년 '훈민정음 전'에서...찍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본다. 아래는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도 무사히 국가에 귀속되어,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가 개인의 '사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세계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훈민정음 서문.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달달달 외웠던 기억.
아직도 잊지 않았다!!^^
송강호의 읇조림을 따라했다는...ㅎㅎ
다들 안 그랬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세종대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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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speros 2019/07/28 23:42 # 답글

    역사적 상상이 아니라 불교 프로파간다입니다. 영화는 이것이 '상상'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이것이 '진실'이라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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